고야의 자화상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고야. 18~19세기 궁정화가로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프랑스 침략과 영국 등의 반격으로 인한 격변기 역사속의 화가, 종교와 왕권 갈등시대의 궁정화가이다. 화가는 격변기와 사회적 갈등에 무력하지만, 예술의 혼은 권력 앞에 변화되는 인간의 갈등과, 시대의 아픔, 환경의 변화와 세대 간의 갈등 등을 지켜보는 화가의 눈은 예리하고 날카롭게 사고하고 있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인가? 여러 세대의 왕을 모시면서 고야는 처참한 자신의 내면과 회유하며 변화되는 삶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는 저항의식이 있었던 화가이다.

나는 고야의 작품 중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보고 있다. 아들의 머리는 벌써 먹어치우고 팔을 먹고 있는 섬뜻하리 만큼 끔찍한 숨을 고르게 쉴 수 없는 산소부족의 상태로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 이성 뒤에 감추어진 어두운 내면에서 갈등하는 고야를 보고 있다. 사투르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버지 시간의 신 크로노스이고 그 사투르누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아들이다.

크로노스(사투르누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져 죽게 한다. 아들에게 목숨을 빼앗긴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에게 ‘너는 너의 자식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죽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을 하니 자식을 낳는 족족 먹어치우는 크로노스를 그린 고야다. 크로노스는 태어나는 아들이 공포인 것이었다. 자기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먹어치우는 신들의 이야기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인간의 삶과 같은 신들의 왕좌다툼인 것이다.

고야는 크로노스를 통해 인간의 잔혹성, 사악함, 격동기의 시대 환경변화,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공포를 관찰자의 예리한 눈으로 증인이라도 하듯 시대의 아픔을 광기어린 호러 그림으로 그렸다.

아들을 잡어 먹는 사투르누스의 무섭고 어두운 그림을 그린, 고야의 1783년의 자화상에는 인간의 고뇌, 고통, 고민, 번뇌, 갈등은 보이지 않는다. 도톰한 두 볼은 아직도 장난기가 있는 어린 사내아이의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볼과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눈매는 진지함과 권위적인 모습이 가득하다(1783년 자화상)

그러나 옹골지게 다문 입 꼬리가 처지면서 얼굴 전체에 책임감으로 인한 힘겨운 근심이 무게감을 주고 있다. 이를테면 날카로운 눈매는 다급함과 조급증에 안정치 못한 초조함을 보여주며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눈마져 당혹함이 전달되는 것 같다.

약간 기울어진 느낌이 강한 것은 사선으로 그려진 이젤 때문인가? 안정치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매우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어두운 배경으로 흰 얼굴이 더욱 희게 느껴지며 외투사이에 삐져나온 흰색레이스는 사실적인 세밀한 묘사로 표현된 것이 고전적이며 사실주의 화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야의 작품은 1792년 청력을 잃은 해를 기점으로 전기 후기로 나누는데 1815년 자화상은 고야의 후기 어두운 그림을 그리는 시기로 내면의 짙은 갈등과 깊은 심연이 엿보이는 자화상이다(1815년 자화상)

카를로스3세, 카를로스4세와 나폴레옹에게 또한 부르봉왕가의 페르난도 7세의 집권으로 충성을 맹세한 충성스런 신하 고야. 고야는 변화하는 권력에 대응하지 않고 삶과 죽음, 전쟁으로 인한 격변의 시기에 충성심으로 목숨을 지탱하는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 표현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야는 표정을 자신도 어찌 할 수 없는 무능력한 방관자 같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1815년의 자화상이다. 흰색과 검정색 황색조 만으로도 고야는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고 턱밑으로 길게 늘어진 그늘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치 온갖 어려움과 시련을 간직하고 인정하고 있는 표정을 단순한 색채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어둡고 허탈하고 맹목적인 모습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다. 공허한 모습은 공포와 분노와 격분, 격양에 찬 모습으로 인간들의 내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의 도피자 같은 자신의 깊은 내면을 표현하고 있으며 스스로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한 허탈감인가?

고야는 콜레라로 청력을 잃은 23년 전에 삶에 대한 상실감보다 또 다른 깊은 상실감에 빠진듯한 얼굴이다. 세상과 싸우며 격변기에 대항하지 않고 순종했던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회한과 자괴감, 후에 귀머거리 집에 홀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고독한 예술가, 꼭 격어야만 했던 시대적 변화를 그림에서 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울하고 슬픈 자화상이다,

서양화가 베로니카 유 미